환경과 쓰레기

핀란드 제로웨이스트 정책의 성공 포인트 알아보기

yoiyoimuyoi 2025. 5. 3. 17:06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현하는 국가는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정책을 실현하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국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어떻게 제로웨이스트 국가의 모범 사례가 되었을까요?
이 질문을 풀어가기 위해, 우리는 단지 ‘정책’만이 아니라 핀란드 사람들의 생활 문화, 인식, 철학까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차

  1. 핀란드의 제로웨이스트란? 선언이 아닌 실천
  2. 제로웨이스트를 가능하게 한 3가지 사회 기반
  3. 핀란드 정부의 전략: 유도하고 설계하다
  4. 핀란드가 보여준 지속가능한 사회의 조건

 

핀란드의 제로웨이스트란? 선언이 아닌 실천

 

핀란드가 말하는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인다’는 의미를 넘어서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연에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다.”
즉, 제로웨이스트란 폐기물을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 낭비를 원천

차단하는 철학인 셈이죠.

 

핀란드는 2016년 유럽 최초로 국가 차원의 순환경제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2021년에는 2035년 탄소중립, 2050년 제로웨이스트 달성을 국가 목표로 발표했죠.
이러한 로드맵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설계돼

실효성을 높였습니다.

 

핀란드의 자원 순환 경제 모델
핀란드의 자원 순환 경제 모델 일러스트레이션

 

제로웨이스트를 가능하게 한 3가지 사회 기반

 

핀란드의 제로웨이스트가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은 이유는,
이 나라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째, 교육입니다. 핀란드는 어린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자원 순환과 환경 보호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웁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이 강에 흘러들어가 해양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떤

소비 습관이 필요한지를 일상적인 언어로 가르칩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환경 실천을 ‘규칙’이 아니라 ‘생활의 기본’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둘째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입니다.
핀란드 시민들은 자신이 분리배출한 쓰레기가 실제로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국가는 수거 후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은 거기에 협력합니다.
가령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 그게 퇴비로 전환되어 농장에서 다시 활용된다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죠.
이처럼 보이는 분리수거, 설명이 가능한 재활용 시스템은 시민의 실천을 지속 가능하게 만듭니다.

 

셋째는 고쳐 쓰는 문화입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않습니다.
옷이 해지면 꿰매 입고, 가전제품이 고장이 나면 지역 수리 워크숍에서 고칩니다.
이러한 ‘리페어 문화’는 정부가 운영하는 지원 제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리비 지원 바우처, 공공 도서관처럼 운영되는 도구 대여소, 지역 재사용 마켓 등 시민이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뒷받침됩니다.

 

 

공공 도서관처럼 운영되는 핀란드의 도구 대여소
공공 도서관처럼 운영되는 핀란드의 도구 대여소

 

핀란드 정부의 전략: 유도하고 설계하다

 

핀란드 정부의 환경 정책은 강요보다 설계에 가깝습니다.
예컨대 쓰레기통 디자인조차 “어떻게 하면 시민이 조금 더 쉽게 분리수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제작됩니다.
길거리 분리함에는 색깔, 도형, 촉감까지 고려해 시각장애인도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쓰레기통도 볼 수 있죠.

 

또한 ‘생산자 책임제(EPR)’가 철저하게 적용됩니다.
기업은 제품이 판매된 이후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까지 책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정부는 재활용이 잘 되는 소재를 장려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포장세(Packaging Tax)**를 부과해

경제적 유인을 조정합니다.

 

기술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핀란드는 디지털 기반으로 도시 전체의 자원 흐름을 분석하고,
AI를 활용한 분리수거 로봇, IoT 기반 음식물 쓰레기 계량기 등을 통해
정책이 시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기술이 규제보다 앞서가는 나라, 핀란드는 그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보여준 지속가능한 사회의 조건

 

핀란드의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이들이 쓰레기를 줄이는 행위를 ‘선택’이 아니라 ‘문화’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문화는 불편함을 참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삶을 조금 더 단순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여겨집니다.

사람들은 고장 난 물건을 고치고, 나눔 장터에서 필요한 걸 구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누군가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포장해 둡니다.
그 과정에서 쓰레기가 줄어들고, 자원은 순환하고, 사람들 사이에는 신뢰가 쌓입니다.

 

핀란드의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제도가 아니라
국가와 시민, 기업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조율하며 만든 결과입니다.
어쩌면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한 사회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