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쓰레기

조선시대에도 분리수거가 있었을까?

yoiyoimuyoi 2025. 5. 5. 17:40

분리수거는 현대사회의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플라스틱, 종이, 음식물, 캔과 병을 따로 나눠 버리는 건

요즘 사람들의 필수 생활 습관이니까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분리수거가 제도화된 건 최근 몇십 년의 일이지만,

수백 년 전 조선시대 사람들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혹시 그때도 지금처럼 나눠 ‘버릴 줄’ 알았을까요?

해석에 따른 재미일 수도 있게습니다만  조선시대에도 나름 재사용과 자원순환 문화가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분리수거’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실용적이고 순환적인 ‘버리지 않는 삶’을 살았던 것이죠.

이 글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조용한 분리수거의 흔적들을 한번 따라가 봅니다.

 

목차

  1. 음식물 쓰레기? 그건 곧 가축의 밥
  2. 헌 종이와 낡은 천도 다시 태어났다
  3. 똥도 버리지 않았다: 인분의 재탄생
  4. 깨진 그릇, 부서진 솥까지 다시 쓰는 법
  5. ‘버린다’는 개념이 없었던 사회

 

음식물 쓰레기? 그건 곧 가축의 밥

 

조선시대 사람들은 음식물을 웬만하면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남은 것이 생기면 그건 바로 돼지나 닭, 개와 같은

가축의 밥이 되었죠.  당시 농가에서는 음식물 찌꺼기를 따로 담아두는 항아리가 있었고,

각 집마다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썩거나 못 먹게 된 채소 부스러기들도 퇴비화되어 밭에 뿌려졌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음식물 쓰레기 통보다 더 철저한 ‘생물 분리 시스템’이 조선의 부엌과 마당에 존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수백 년 전 조선시대 사람들의 쓰레기 처리
가정에서 잔반을 개에게 주고 있는 주부

 

헌 종이와 낡은 천도 다시 태어났다

 

종이는 매우 매우 귀한 자원이었습니다. 편지를 쓰고, 책을 만들고, 창호지를 붙이는 데 사용된 종이는

절대 함부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벽지로 썼던 종이를 떼어 햇볕에 말려 편지지로 재활용하거나,

낡은 문서도 기름종이로 마지막까지 쓰였습니다.

헌 옷은 조각보로, 더 낡으면 걸레로, 그것도 다 쓰면 장작불 피울 때 종이 대신 쓰는 식으로

끝까지 생명을 이어갔습니다.

 

인분의 재탄생

 

지금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조선시대에는 사람의 배설물조차 귀한 자원이었습니다.

인분과 가축 배설물은 잘 썩혀서 밭에 뿌리는 **‘두엄’**으로 쓰였고, 이는 농사에 반드시 필요한 퇴비 역할을 했습니다.

심지어 한양에서는 인분을 수거해서 농가에 팔던 두엄장이라는 직업도 있었고, 인분 도둑도 있었습니다.

대소변마저 버리지 않는 그 시대의 철저한 순환 사고는 오늘날 사고 방식에서 볼 때 실로 놀랄만 합니다. 

 

깨진 그릇, 부서진 솥까지 다시 쓰는 법

 

깨진 도자기 조각은 그냥 버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집 배수구나 장독대 받침, 화장실 배수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되었습니다.

부서진 놋그릇이나 솥은 대장장이에게 가져가 녹여 다시 그릇으로 만들었고,

나무 조각도 연료나 땔감 외에 문짝 수리용, 농기구 보수용으로 쓰였습니다.

모든 자원은 ‘끝이 아니라 변형되어 이어지는 존재’였습니다.

이쯤 되면 조선 사람들은 ‘업사이클링’이라는 단어를 몰랐을 뿐, 누구보다도 실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서진 놋그릇이나 솥은 대장간에서 농기구로 재생
부서진 놋그릇이나 솥이 대장간에서 농기구로 재생되는 이미지

 

‘버린다’는 개념이 없었던 사회

 

조선시대에는 물론 현대처럼 수거일이 따로 있는 분리배출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한양이 인구가 늘어나면서

쓰레기 배출 문제가 심각해졌고 한 때 청계천에 오물이 쌓여 홍수가 난 적도 있고  영조 때 청계천 준설을 하였다는

기록도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에 쓰레기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생기게 마련입니다만,

 

조선시대는 유교 사회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검소함과 절제, 물건에 대한 예의 같은 철학이 있었습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물건, 내가 애써 마련한 물건을 쉽게 버리는 것은 덕이 없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이는 단지 도덕의 문제를 넘어서, 당시 농경 중심 사회에서 자원이 얼마나 귀하고 희귀했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반영이기도 하죠.

게다가 폐기물을 줄이는 것은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한 생활의 지혜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이 조선 사람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었던 셈입니다.

 

오늘날 환경부가 홍보하는 ‘쓰레기 줄이기, 재사용, 자원 순환’이라는 개념은 이미 500년 전 조선의 생활 속에 녹아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DNA에 들어 있음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