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쓰레기

로마제국의 하수도와 청소 노동자: 고대도시의 뒷면을 지탱한 사람들

yoiyoimuyoi 2025. 5. 7. 17:51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로 유명한 로마제국은,
길만 잘 닦은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물’과 ‘하수’, 그리고 그것을 치우는 사람들까지도
그들은 도시 시스템 속에 정교하게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눈부신 인프라 이면에는
오늘날의 청소 노동자와 다름없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청소부’들이 어떻게 도시를 지탱했는지를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의 도시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목차

  1. 하수 시스템의 원조, 로마의 ‘클로아카 막시마’
  2. 공중화장실과 하수구: 모두를 위한 시설?
  3. 그들은 누구였을까? 로마의 ‘청소 노동자’들’
  4. 기술과 노동이 함께 만든 도시 위생
  5. 도시의 위생은 지금도 ‘사람’이 만든다

 

하수 시스템의 원조, 로마의 ‘클로아카 막시마’

 

로마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하수도 중 하나로 손꼽히는
‘클로아카 막시마(Cloaca Maxima)’, 즉 ‘거대한 하수도’가 있었습니다.
기원전 6세기경 로마의 제5대 왕 ‘타르퀴니우스 프리스쿠스’가 건설을 시작한 이 하수도는
처음에는 늪지대 배수 목적이었지만,
점차 도시의 생활오수를 처리하는 도시 기반시설로 확장되었습니다.

클로아카 막시마는 단순한 구덩이나 물길이 아닌,
돌로 아치형을 만든 반영구적 구조물이었고,
지하에 구축되어 상수도·목욕탕·공중화장실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물은 중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
최종적으로는 티베르강으로 빠져나갔죠.

이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체계적이었고,
수세기 동안 유지·보수되며 도시의 위생을 지켜냈습니다.

 

 

고대 하수처리 시스템
고대 하수처리를 위한 수로 이미지

 

공중화장실과 하수구: 모두를 위한 시설?

 

로마 시민들은 개인 가정에도 수세식 화장실을 갖추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공중화장실(latrinae)**을 이용했습니다.
이 화장실들은 긴 돌 의자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구조로,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용변을 보고,
아래로는 클로아카 막시마와 연결된 수로가 흐르며 오물을 씻어냈습니다.

심지어 물로 씻는 **청결 도구(스폰지 막대기)**까지 함께 사용되었는데,
사용 후 다시 공동 세척통에 담아 두는 방식이어서,
현대 기준으로 보면 위생적으로 다소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설의 운영을 위해서는 꾸준한 관리와 청소가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누구였을까? 로마의 ‘청소 노동자’들

 

도시의 하수는 자동으로 정화되지 않습니다.
잔해가 쌓이고, 진흙이 막히고, 악취가 올라오면 사람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이른바 ‘클로아카리우스(cloacarius)’, 즉 하수 청소 노동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좁고 어두운 지하 수로에 몸을 구겨 넣고,
막힌 통로를 뚫고, 오물을 퍼내고, 쥐와 벌레, 질병과 싸웠습니다.
장갑도, 방진 마스크도 없던 시대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노예, 죄수, 또는 하층민이었고,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으로 분류됐지만
도시는 이들의 노동 없이는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클로아카 막시마의 규모를 유지하려면
단순히 기술만으로는 부족했고,
끊임없이 내려가서 치우는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이죠.

 

로마시대 청소를 하는 청소부의 이미지
로마시대 청소를 하는 청소부를 형상화한 이미지

 

기술과 노동이 함께 만든 도시 위생

 

로마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상수도, 하수도, 공중화장실, 목욕탕이 체계적으로 갖춰진 도시 문명을 실현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종 로마의 도시 시스템을 “선진적”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시스템을 매일 유지한 건 청소부들이었습니다.
기술은 설계됐지만, 그 기술을 작동하게 한 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목욕탕에서 깨끗함을 느끼고,
광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길 위를 걷지만,
그 모든 쾌적함은
누군가 지하에서 오물을 퍼내고 수로를 정비한 결과였습니다.

 

도시의 위생은 지금도 ‘사람’이 만든다

 

오늘날의 도시도, 사실 사람의 힘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기계와 설비, 자동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아침마다 길거리를 쓸고, 배수구를 비우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도시는 기능을 유지합니다.

 

로마제국의 하수도와 청소 노동자의 이야기 속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는 여전히 눈에 잘 띄지 않는 노동 위에서 살고 있으며,
아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